자주묻는질문
갑상선조직검사
조회수 : 21522 | 2013-08-14
갑상선조직검사
갑상선에 혹이 있는 분들 중 대부분은 그야 말로 목을 따는 고통을 감수하고 조직검사를 합니다.
그런데, 웬지 좀 찜찜하신 분들 계신가요?
암은 아니라고 하면서 좀 다시 보자든가.. 암이란 건지 아니란 건지.. 수술을 하란 건지 말라는 건지..
변명을 좀 해도 될까요? 의사들도 결과를 정확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연하지요. 그런데.. 저희들의 기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걸 솔직히 설명을 드리고, 환자님들 스스로가 이해를 하셔야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 볼까합니다.
갑상선 조직검사가 완전치 못한 이유는 갑상선 종양의
세포학적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갑상선 종양 안에는 크게 4
종류의 세포가 공존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양성세포는 대개 크기도 작고 모양도 얌전해
보입니다. 반면에 암세포는 크기도 크고, 색도 어둡고,
못생겼죠. 그런데, 양성세포는 일순간에 암세포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몇단계의 탈바꿈을 거쳐 암세포가 됩니다. 그 중간단계가 비후 와 비정형화입니다.
비후는 말 그대로 세포가 뚱뚱해지는 것이고, 비정형화(非精形化:정해진모양이아니다)는 모양도
좀 울퉁불퉁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1번 그림과 같은 혹이 있습니다. 이 혹은 양성세포와 비후세포만으로 이루어져 있네요. 이런 혹이 전형적인 양성 혹의 모습입니다.
2번 그림의 혹에는 비정형세포가 섞여 있습니다. 이런 혹도 아직은 암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암세포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혹을 오래두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둬야 암이 되느냐? 몇 %나 암으로 진행하느냐? 그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적어도 수년은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3번 그림의 혹은 암입니다. 암세포가 발생했지요? 그런데, 세포의 상당수는 암세포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암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암세포만 가득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혹이 뭔지 진단하는 방법이
조직검사입니다. 아주 단순히 표현하면 혹안에 있는 조직의
일부를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직검사 방법도 몇 종류가 있습니다. 제일 흔히
사용하는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 그리고 흔히 사용은 하지 않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과
액상도말법 등입니다. 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긴
의과대학이 아니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갑상선 조직검사에서 가장 흔히, 널리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혹에 가느다른 바늘(세침:細針)을 넣어 세포를
흡인(吸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흡인한 세포를 유리슬라이드에 도말하여 현미경으로 보는 것입니다. 보시는 것 처럼 주사바늘
내부의 세포 중 일부만 도말됩니다.
만일 혹에 암세포가 있었더라도 도말된 세포 중에 암세포가
없으면 판독 결과는 틀리게 됩니다.
이런 오류를 예방하기 위하여 한번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을 할 때
적어도 2회 이상의 채취를 하고,
종양의 구석구석에서 세포를
흡인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약 5 ~ 10%가량의 진단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보는 것이 결국 세포이기 때문에 세포검사라고도 부릅니다.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의 부정확성 원인은 근본적으로 검사 대상이 되는
세포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은 좀 더
특수한 바늘을 사용하여 조직절편을 잘라냅니다.
따라서 1) 검사대상이 되는 세포수가 월등히 많고 2)세포의
배열이 그대로 살아있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절편채취는
혹의 크기에 따라 2번 ~ 5번까지도 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오류의 확률은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 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 경험상 그래도 3% 가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을 하는 병원이 너무 적어 아직 대규모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는데, 절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 보다 많은 조직손상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출혈이 좀 더 많아 목이 붓고 뻣뻣한 후유증이 며칠 지속되며, 검사 후 통증이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 보다 오래갑니다.
매우 높은 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여 시행하는 병원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병원 중에서도 최정상급 대학병원에서만 최근 시작했습니다. 저는 2002년 국립암센터에 있을 때부터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드심의원은 갑상선에서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병원 중 하나입니다. ^^v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 마치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을 하면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보다 더 많은 세포가 나오는 것 처럼 보이네요. 그건 아닙니다. 종양과 세포, 바늘의 크기 비율을 잘 못 맞춰 그려서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
액상도말은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의 단점을 보완한 방법입니다.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은 흡인이 된 세포조차 전체를 검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하지만 액상도말은 흡인된 세포는 모두 검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바늘을 이용하더라도 좀 더 오랜시간 동안 많은
수의 세포를 수집하면 진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포간의 배열은 깨어진 상태로 검사하기 때문에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만큼 진단율이 높지는 않습니다.
진단율과 조직손상의 정도 모두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과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의
중간입니다.
단점은 세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이틀 가량 더
소모된다는 점입니다.
이 혹은 암일까요? 네, 불행히도 맞습니다. 혹에서 나온 세포가 암세포이니, 그것이 단 한개라도 그 혹은 암입니다. 따라서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에서 암세포가 보이면 진단은 암입니다. 한번 암세포가 확인되면 다음 검사에서 양성이라고 나와도 결과를 뒤집을 수 없습니다.
비정형세포는 정의상 암은 아닙니다. 아직 암으로 진행하지는 못했으니 암세포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런데, 비정형세포가 나온 그 혹은 암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현미경으로 본 세포가 비정형이면 못 본 세포중에는 암세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혹은 검사를 다시 해봐야합니다. 아니면 정황에 따라 그냥 암으로 받아들이고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환자님들이 제일 수긍하지 못하시는 경우이지요. 그럴 때 조직검사를 한번 더하기도 하는데.. 두 번째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진단은 미궁으로 빠집니다. 그래서, 정황상 암일 것 같으면 그냥 수술하시도록 설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혹은 양성일까요? 그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 이제 아시겠죠? 그래서 갑상선조직검사는 오진이 많은 것입니다.
그리고..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을 했는데 아예 세포가 한 개도 안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솔직히 "세포가 없어서 진단이 뭔지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환자께 이렇게 이야기할 배짱을 가진 의사는 없습니다. "암세포는 안나왔네요." 이정도 이야기하게 되지요. 그런데 사실은 이런 경우가 제법 흔하고 의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혹의 생김새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차마 말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 여러분이 의사라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일주일전에 목을 바늘로 찔러서 아직도 목 한가운데 멍 자국이 남아 있는 환자 분이 앞에 앉아계시구요, 그 환자분은 지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당신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가지고 있는 세포검사 리포트에는 양성세포와 비정형세포가 섞여 있었다고 써 있습니다. 환자분께 뭐라고 말씀드려야하지요? 암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야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환자분이 암이냐고 물으시겠죠? 그러면 아직 그건 아니라고 해야하지 않습니까? 환자분께서 이해할까요?
그런데.. 위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입니다. 만일 당신의 리포트에 "검사에 유효한 세포는 없었다." 이렇게 써 있으면 환자분께 뭐라고 말씀드리겠어요?
"암세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혹이 자랄지도 모르니 6개월 후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해야하겠습니다."
"암이라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수술을 하시지요"
"괜찮은 것 같네요"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는 말들입니다.
이럴때 초음파 검사의 결과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초음파 검사상 암일 것처럼 생긴 혹에서 비정형 세포가 나왔다면 암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습니다.
초음파 검사상 물만 잔뜩 들어 있을 것 처럼 생긴 혹에서 진단에 유효한 세포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 혹은 암이 아니라고 봐도 됩니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암일 것처럼 보였는데 세포는 양성세포가 나왔다면 검사를 한번 더해봐야합니다.
초음파 검사에서 아무리 괜찮아 보였던 혹이라도 암세포가 나오면 그 혹은 어쩔 수 없이 암입니다.
초음파 검사에서 애매했는데 유효한 세포가 안 나왔다면 검사를 다시 해야 합니다.
갑상선 혹의 세포검사와 초음파 검사는 이렇게 서로 결정적으로 돕는 관계에 있습니다.
검사의 목표는 혹이 암인지 아닌지 명확히 결론을 내는데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와 세침흡인을 다 했는데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 조만간 2차검사를 해야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경우들입니다.
1. 초음파 검사에서 암의 의심되었으나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에서 1) 세포가 안나왔거나 2)양성 혹은 비후성 세포가 나온경우
2. 초음파 검사에서 괜찮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유효한 세포가 나오지 않은 모든 경우
위에서 설명드린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은 진단이 훨씬 정확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덜어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검사법입니다.
그러나 검사가 좀 더 아프고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처음부터 코어생검을 마구 하기는 좀 곤란한 면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을 합니다.
1차 검사를 이미 했으나 결론이 불명확한 경우 -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으면 되도록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 시행
2. 초음파 검사상 세포가 잘 흡인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을 하면 어짜피 2차검사를 해야할 것 같으므로
3. 혹이 상당히 커서 검사가 안전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액상도말도 상당히 좋은 검사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경우 액상도말을 사용합니다. 액상도말은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에 비해 검사비가 높아 약간 조심해서 사용하는 편입니다.
1. 혹에 혈액 공급이 많아서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을 하면 출혈이 심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 이런경우는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을 해도 혈액만 흡인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붙지 않기가 쉽습니다.
2. 혹이 너무 단단해서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이 혹을 뚫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 석회가 단단히 침착되어 있고 섬유질이 엉켜붙은 혹은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이 불가능합니다. 바늘이 튕겨져 나옵니다. 이럴땐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을 해도 국물한방울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때 액상도말이 최상입니다. 바늘 끝이 왕관처럼 삐죽삐죽하게 생긴 특수 바늘을 이용해서 혹을 갉아 냅니다. 탄광에서 석탄을 캐듯이 혹을 조금씩 부셔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혹을 조금씩 부수면서 세포를 채집하여 액상도말을 하면 진단에 유효한 갯수의 세포를 모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T.T) 이런 모양의 혹은 악성 확률이 높아 (거의 50%) 무슨 수를 써서든 진단을 해야합니다.
3. 혹에 세포는 드물고 액체는 많은 경우 -미세침흡인생검술(세침흡인검사)이나 중심바늘생검술(총조직검사)을 하면 물만 몇방울 나오고 맙니다. 쭉 빨아들여서 액상도말을 하면 세포를 몇개 건질 수 있습니다. 대개는 양성으로 나옵니다.
수준 높은 고객이 수준 높은 공급자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아는 것이 많아야 수준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 앉아서 이런 이야기할 시간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다 알고 온 환자분이라면 정말 필요한 진료를 정말 깊이 있게 상담하면서 해드릴 수 있겠죠. 갑상선혹의 진단처럼 미묘한 경우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갑상선암은 곧 발생율 1위로 등극할 것입니다. 일찍만 발견하면 다 완치할 수 있는 "우스운" 암입니다. 병의 진단에 대한 이해가 안 되 진단이 늦는다면.. 그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 글이 갑상선암 퇴치에 도움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글 한편 써 놓고 너무 많은걸 바라나요?